있지-
뭐야, 망설이지 말고 말해. 네가 말 끝을 흐리면 좀 무서우니까.
집을 나오는 길, 발 끝에 채이는 무언가에 밑을 바라봤는데 종이박스에 어린 아이가 잠을 자고 있었다. 가출한건가? 라고 생각하기에 아이는 너무나도 작았지만 출근하기 바빠 미처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넘어갔었다. 퇴근하고 돌아오니 옆 집 아주머니가 아이를 밖에다 두면 어떡하냐며 하루종일 울고 있었다는 말에 저 아이 없는데요? 라고 대답하니 그 분이 아이고, 하시며 그럼 저 아이는 뭐냐며 혀를 차곤 집에 들어가셨다. 그제서야 생각난 정체불명의 박스에 집 앞으로 가니 아이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발개지다 못해 부어있었다. 아직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아이는 하루종일 밖에 있었으니 분명히 감기가 걸릴 터였다. 아이를 안고 상자를 들고 집에 들어와 소량의 아기용품이 있는 물건들을 뒤적였다. 이건 기저귀, 이건 젖병, 옷...... 그리고 마침내 물건들 사이에서 작은 쪽지를 찾아내었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같이 쓴 듯 필체가 뒤죽박죽이었지만 내용은 같았다.
[죄송해요. 아기는 경찰서에 데려가셔도 돼요. 사실 키워주셨으면 좋겠지만(두 줄로 그어져 있다) 아기 이름은 히나타 쇼요에요. 정말 죄송해요. 좋은 분이신 것 같아서 아이를 맡겨요.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데려와버렸습니다."
"하?"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제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푹 떨구곤 좌절스러운 목소리로 오이카와가 중얼거렸다. 아이라곤 키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 다짜고짜 아이를 데려오다니 어불성설이었다.
"스가쨩, 경찰서에 데려다줘."
"불쌍하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 덜컥 애부터 낳고 무서워서 버리고 간거잖아. 스가쨩이 마음 쓸 필요 없어."
"그렇지만......."
"그럼 오늘만 데리고 있다가 내일 경찰서에 데려다주는거야. 알았지?"
대답을 하지 않는 스가와라의 모습에 오이카와는 남몰래 재차 한숨을 쉬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제 애인은 고민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스가쨩, 아기 키워본 적 있어? 제 말에 고개를 설레 젓는다.
"아기 키우는거 생각보다 힘들어. 육아휴직이 괜히 있는거 아니야. 부모가 하루종일 아이 옆에 붙어있어야하는데 스가쨩 할 수 있어? 스가쨩은 요즘 프로젝트도 맡고 있다며."
"오이카와, 지금 휴식기간 아니야?"
"내가 키우라고?"
"그런 말은 아니지만......."
말 끝을 흐리는 것은 영락없이 그럴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다짜고짜 집에 찾아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애 키우기는 타케루 이후로 해 본적도 없는데 무슨. 오이카와가 저는 절대 싫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그럼 딱 3일만!"
"3일?"
"내일 주말이잖아. 내가 월요일에 월차 낼게. 딱 3일만 키워보고 안되겠다 싶으면 경찰서에 데려다주자!"
"......알아서 해. 대신 절대 도와주지 않을거니까!"
"치사해!"
정말 안도와줄거라고 했다. 볼을 잔뜩 부풀리는건 귀엽지만 그래도 안봐줄거니까. 데이트 하려는 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애나 맡기려는 애인의 수작질에 당한 작은 불만의 표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