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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3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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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B 2016. 5. 22. 13:42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키세가 황금빛 모래알이 펼쳐진 모래사장을 바라보았다.


"나도 바- 다-!"

"안 돼."

"왜!"

"화장 지워지니까."


 단호한 코디의 말에 키세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파라솔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바다에 와서 몸에 물 하나 묻히지 못하고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자니 온 몸이 찌뿌둥한 것 같았다. 촬영이 끝나면 들어가게 해줄게. 저를 달래는 매니저의 말에 자신이 애냐며 투덜거린 키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른 시작하죠!"

"애 맞네."

"애지 뭐."


 키세의 조름으로 빨리 시작된 촬영은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끝이 났다. 내일도 촬영 있으니까 적당히 놀아. 매니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키세가 신나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시원한 바닷물이 제 몸을 감싸는 느낌이 기분이 좋아 조금 더 물 속으로 들어갔다. 키세, 멀리 가지 마! 저 멀리서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일본 맞아?'


 오키나와가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제 시야에 보이는 풍경은 태평양이 아닌 대서양의 바닷속 같았다. 푸르게 빛나는 산호초들을 헤치며 물고기떼들을 구경하던 키세가 물 밖으로 나왔다.


"아."


 물을 뜨려고 했는지 그릇을 들고 엉거주춤 서있는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아, 안녕하심까. 지금 나 좀 바보 같지 않았나? 제 인사에 놀란 표정을 지은 소년을 보며 키세가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이내 제 인사를 받아주는 소년에 고개를 드니 제게 손을 내미는 소년이었다. 그 손을 잡으니 덩치에 맞지 않는 힘으로 저를 위로 이끌었다.


"눈?"


 키세의 눈에 보인 것은 만년설이 뒤덮힌 푸른 언덕이었다. 수영복 하나만 달랑 입고 있어 차가운 바람에 몸이 저절로 움츠려졌다. 많이 추우신가요? 소년의 걱정스러운 어투에 키세가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소년이 저를 건드리니 소년의 손이 닿은 곳부터 따스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듯 했다.


"감사함다."

"아니에요."


 일단 들어가시는게 어떠세요. 소년이 기후와 이질적인 제 옷차림을 보며 말을 했다. 키세도 아무렇지도 않던 모습이 어쩐지 부끄러워 머쓱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이 살고 있는 곳은 바닷가 근처의 나무로 만든 집이었다. 만년설이 소복히 올라가있는 언덕과 잘 어울리는 풍경에 키세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담요와 함께 가져온 따뜻한 얼그레이는 소년과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손님이 온지 오래돼서 조금 들떠버렸네요."


 말갛게 웃는 소년의 얼굴이 정말 기뻐하는 것 같았다. 이런 순수한 호의는 받아본지도 오래된 탓에 키세는 괜시리 후끈거리는 볼을 만지작거렸다. 이름이 뭐에요? 소년이 질문했다.


"키세 료타임다."

"키세!"

"네."

"따뜻한 이름이네요."


 당신 눈 같아요. 소년의 말에 키세의 얼굴이 잘 익은 홍당무 같이 빨개졌다. 더 이상의 말을 들으면 정말로 얼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 그 쪽은 이름이 뭠까? 키세의 말에 소년은 '쿠로코 테츠야'라고 대답했다. 쿠로코, 쿠로코 입 안에서 몇 번 감돌던 이름은 익숙한 듯 감기었다.


"그럼 쿠로콧치라고 부르겠슴다!"

"...쿠로콧치?"
"제가 인정한 사람에겐 무슨무슨 치라고 하거든요!"

"사람, 이요."


 제 말에 쿠로코가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었다. 그 후로도 쿠로코와 이야기를 제법 나누었다. 좋아하는 음식이라던지 좋아하는 동물이라던지. 그러나 그에 대한 것은 그다지 알 수 없었다. 쿠로코의 호의로 가득한 모든 것들을 키세는 기쁘게 받아들였다. 연예계에 살면서 받기 힘든 것들을 쿠로코는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두 주었다. 어느 덧 창 밖으로 해가 붉은 노을을 만들어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글쎄요."


 키세의 말에 쿠로코는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키세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만날 수 있을검다! 바다로 첨벙 뛰어든 키세가 쿠로코를 향해 환히 웃어보였다. 제 감은 생각보다 정확하거든요! 키세의 말에 쿠로코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얼른 가지 않으면 바닷길이 막힐거에요."

"길이 막혀요?"

"부디 그대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쿠로코가 키세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곤 어깨를 밀자 키세가 바닷속으로 완전히 들어가게 되었다. 돌아가는 길엔 오면서 보았던 산호초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키세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니 매니저가 벌써 왔냐며 반색을 보였다.


"벌써?"

"뭐야. 들어간지 5분도 안되서 나오고. 친구가 없어서 재미 없냐?"

"제가 5분만에 나왔슴까?"

"시간 감각도 사라졌어? 안 놀거면 나와. 내일 촬영 있으니까."


 허둥거리는 그를 매니저가 끌어올렸다. 코디가 들고 오는 수건을 걸쳐주며 감기 조심하라 신신당부 하는 매니저의 목소리는 키세에게 들리지 않았다. 꿈이었나? 얼빵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키세의 물기를 닦아주던 코디가 드디어 미친거냐며 웃었다.


"에?"

"머리에 꽃도 꽂고 진짜 이상하네."

"꽃이요?"

"얘 방금 바닷가에서 나왔는데 무슨 소리야."


 코디의 손이 키세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여기, 코디가 건네준 꽃을 바라보았다. 백리향. 생일날 제 탄생화라며 팬들이 보내준 기억이 있었다.


'부디 그대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쿠로코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제게로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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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B 2016. 4. 24. 22:23

"미야지!"

"따라오지마!"


 벚꽃이 피는 봄 다시 만난 녀석은 짜증이 날 정도로 여전했다. 학년이 다르니 시간표가 다를 것이 분명한데 녀석은 전공시간마저 제 옆에 따라붙어오는 희안한 녀석이었다. 하야마, 라고 하면 라쿠잔의 예의 없는 무관의 오장? 그에 대한 미야지의 인식은 고작 그 정도였는데 지겹도록 달라붙어오는 하야마는 정의하자면 미운 정. 그게 제일 맞을 것이라고 미야지는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그와 쫓고 쫓아내는 미묘한 술래잡기를 하는 것은 미야지의 하루 일과로 자리잡았다.



"오늘은 어땠어?"

"그냥 그랬는데."

"뭐야, 그게."


 제 무릎을 베고 와하하 웃는 녀석의 얼굴을 한 대 칠까, 생각도 했는데 제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냉큼 베개로 얼굴을 가리는 하야마의 모습에 미야지는 기가 찬 웃음을 뱉었다. 좀 나오지 그래. 다리를 달달 떠니 치- 아쉬운 소리를 뱉으며 하야마가 꾸물꾸물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네 집 안가냐, 어? 미야지가 그의 등을 꾹꾹 밟으니 하야마가 갈거야! 라며 잔뜩 신경질을 부렸다.


"예의는 어디에 밥 말아먹었냐, 어?"

"미야지는 폭력배!"

"야!"


 씩씩거리며 문을 나서기 직전 잠깐 멈춰있는 하야마의 등을 바라보았다. 쾅- 하고 부셔질듯 문이 닫히고 미야지는 그저 뒷목을 쓸어내릴 뿐이었다. 평소랑 비슷하면서도 다른 하야마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 그 후로 하야마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다. 처음 하루 이틀은 편했다. 옆에서 종알종알 떠드는 녀석도 없고 조용한 것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미야지, 맨날 니 옆에 있던 그 사람 어디 갔어?"

"몰라."


 주위 사람들이 물어보는 그의 안부, 얼마나 자신의 일상에 파고들었는지 모든 곳에 하야마가 스며들어있었다. 고개를 들면 그가 누워있던 쇼파, 고개를 돌리면 그가 요리하던 부엌. 모든 것이 그 녀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국 제가 찾아간 그의 집은 텅 비어있었다.


"어디 가?"

"교토."

"뭐?"


그 집이 그 집일 줄 알았겠냐고. 짓씹듯 욕을 내뱉은 미야지가 신칸센에 올라탔다. 당장 역으로 나와. 그의 본가까지는 자신이 알 수 있는 범위 밖이었다. 고등학교 후배 친구인 그의 후배의 힘을 빌리면 충분히 알아차릴 수도 있었지만 이런 꼴 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꼴사나운 모습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창 밖을 바라보는 미야지의 얼굴은 긴장으로 달아올라있었다. 안나오기만 해봐. 파인애플로 쳐버릴거야. 중얼거리던 미야지가 신칸센에서 내려 개찰구를 나설 때, 눈 앞에 그가 서있었다.


"나 찾았어요?"

"시끄러워."

"이런 날이 오긴 하는구나."


 숨도 고르지 못한 채 헉헉 거린 하야마가 그를 끌어안았다. 놔라. 그의 말에 오히려 더욱 세게 끌어안아오는 손길에 미야지는 결국 손을 날려 그를 떼어냈다. 아파! 오랜만에 만났는데! 불퉁한 그의 말엔 조금 기쁨이 담겨있었다. 낙엽이 지는 가을 조금 쌀쌀한 그 곳에서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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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B 2016. 4. 16. 00:36

"저 아이는 누구지?"

"어제 새로 들어온 신입입니다."

"난 저 애가 좋아."

"도련님, 아직 교육도 안 된 아이이고."

"쟤로 할래."


 등잔의 불조차 들어오지 않는 지하, 잔뜩 빼어입은 어린 도련님을 따라 작은 아이가 걸음을 옮겼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소년과 달리 아이는 온 몸에 성한 곳 하나 없이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발 끝에 채이는 돌을 조심히 피하다 멈추어있는 소년을 미처 보지 못한 아이는 결국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괜찮아?"

"신경 꺼."

"어떻게 그래."


 일어날 수 있겠어? 저를 잡는 소년의 팔을 내친 아이가 내 몸에 손대지 마- 하고 작게 중얼거리곤 제 스스로 벌떡 일어나 앞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소년은 제가 사온 노예와의 생활이 제법 평탄치 않을 것이란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돗자리라도 깔아야하나. 소년은 중얼거렸다. 예상대로 아이는 꽤나 성격이 매우 거친 편이었다. 집에 있는 또 다른 노예들과 싸우고 와선 거만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본다던지 불이 켜져있는 주방에 가보니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음식을 몰래 꺼내먹는다던지 다른 노예들과는 다른 독특한 구석이 있는 아이였다.


"여기선 그렇게 행동하면 안 돼."

"왜?"

"모두가 그렇게 행동하니까."


 아이는 그저 소년을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 후 아이를 만났을 때엔 다른 아이와 똑같이 웃으며 똑같이 저에게 존댓말을 했다. 어쩐지 조금 아쉬웠다.


 저택에 불길이 타올랐다. 얼마 전 패전하여 잡혀온 포로들의 짓이라고 했다. 도련님인지라 누구보다 먼저 빠져나온 소년이 아이를 찾았다. 아이의 검은 머리칼 하나 보이지 않았다.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도련님!"


 뒤에서 저를 만류하는 사람들을 뿌리친 채 저택으로 뛰어들어갔다. 아이를 발견한 것은 바로 제 방 앞이었다. 저를 보자마자 달려와 멱살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안도감과 함께 웃음이 밀려왔다.


"지금 죽게 생겼는데 웃음이 나와?"

"그래도 혼자가 아니잖아."


 입구가 막혀 나갈 수 없었다. 점점 뜨거워지는 불길에 아이를 꼭 껴안았다. 밖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롯이 들리는 것은 불꽃이 타닥이는 소리와 아이가 울먹이는 소리였다.


"혼자면 무섭잖아."

"시끄러워."

"다행이야."

"이걸로 2번째야."


 뭐가? 소년의 말에 아이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다음에는 내가 꼭 지켜줄게. 



"류!"

"히무로?"

"정신 놓고 있지 마."

"알았다해."


 튀어오른 배구공을 툭 친 히무로가 류를 잡아당겼다. 예전엔 똑부러지는 것 같더니, 히무로가 고개를 절레 저었다. 히무로? 저를 내려다 보는 그에게 손가락 두 개를 펴보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류에 히무로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2번 남았어."


 이번건 카운트 안할게. 히무로의 말에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의 류가 가만히 서있었다. 아츠시, 간식 그만 먹어. 무라사키바라를 따라가는 히무로를 천천히 뒤쫓았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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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심사를 받고 난 뒤 쿠로코의 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뒤바뀌었다. 센터의 입구 쪽에 위치해있는 D급 숙소에서 센터의 안쪽에 위치해있는 S등급의 숙소로 옮겨졌으며 모래바람만이 날리던 훈련장은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실내 훈련장으로 바뀌었다. 모든 것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테츠! 훈련하러 가는 거면 같이 가자.”

저 사격 훈련하러 가는건데요.”

? 그건 별로 상관없잖아. 몸이 움직이고 싶다고 난리라고.”

그렇습니까.”


쿠로코가 새로이 속한 팀은 천재들만 모여 있기로 유명한 A팀이었다. 세간에는 기적의 세대라고도 불린다는 모양이었지만 팀원들은 그런 호칭에 내색조차 않은 채 묵묵히 훈련을 이어가고 있었다.


쿠로코, 조금 더 팔을 뻗어.”

.”


익숙해져있었던 느슨한 훈련시간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커다란 질책이 따라왔다. 목숨이 달려있는 일이니 모두가 위험해지는 것들에 극도로 예민해있었다. 더욱이 가이드 훈련만 받아오다가 지옥같은 센티넬의 체력훈련을 따라가기에 쿠로코의 체력은 한참 모자랐다.


좀 많이 먹으란거야.”

무리, 입니다.”

쿠로코!”


먹고 게워내고, 뛰고 게워내고의 반복이던 쿠로코의 몸이 A팀의 일정에 익숙해져 있을 때엔 시간이 꽤 지나 어엿한 팀의 일원으로서 자리 잡고 있었다. 1년이 지나고 다시 시작되는 봄, A팀은 새로운 가족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키세 료타군?”

, .”

“A팀 전담 가이드 모모이 사츠키입니다. 오늘부터 A팀 훈련에 합류해주세요.”

, .”


A팀의 훈련장은 센터의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훈련장으로 가는 길은 제법 멀었지만 키세의 걸음으로는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모이의 걸음 폭에 맞추어 걸음을 옮기다 보니 제법 시간이 지나 있었다. 모모이가 문을 벌컥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훈련장의 사람들은 각자의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테츠군, 어디 있어?”

테츠군?”

키세군의 교육 담당이야. 키세군은 아직 능력 발현이 된지 얼마 안됐으니까. 테츠군은 가이드거든.”

몇 급?”

“D급입니다.”


키세는 소리가 나는 곳을 둘러보았다. 이내 앞에 보이는 하늘색 머리칼의 소년에 히익, 하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쳤다. 쿠로코 테츠야입니다. 인사를 하며 손을 내미는 쿠로코에 키세가 망설이다 이내 쿠로코의 손을 맞잡았다.


기운은 적당히 가져가주세요. 곧 훈련 시작하니까.”

, 죄송함다.”


잠깐의 훈련 후 고갈된 기운은 그새의 공허함을 참지 못하고 고작 D급 가이드의 기운을 잔뜩 흡수했다. D급 주제에, 키세의 머릿속에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S급인 저는 커녕 B급의 센티넬조차 제대로 가이딩을 못하는 가이드라고? 키세가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는 사이 어느 덧 키세의 실력을 테스트할 겸 미니게임이 시작되었다. 능력은 쓰지 않고 오로지 신체능력만 사용할 것, 기본적인 체력테스트였다. 방탄복을 입고 페인트총을 받아든 키세가 훈련장을 둘러보았다.


쿠로코 테츠야 아웃.”

.”


모두가 숨어있는 황량한 훈련장 안에서 미처 숨지 못한 쿠로코가 상대편의 파란 페인트를 맞은 채 서있었다. 키세는 갈수록 그가 A팀이라는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체력도 수준 이하, 사격도 수준 이하, 거기에 D급의 가이드. 키세의 이해선상에서 쿠로코가 이 팀과 부합할 수 있는 조건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째서 D급 가이드가 이 팀에 있는검까?”

“D? 누가?”

쿠로코군이요.”

사츠키가 그래?”


키세의 말을 듣던 아오미네가 픽 웃어보였다. D급 가이드- 라고만 하기에 테츠는 조금 대단하지. 체력고갈로 뻗어있는 쿠로코를 바라본 키세가 아오미네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저게?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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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B 2016. 4. 12. 09:35
"귀찮아."
"도련님."
"꽃 같은거 널려있잖아, 정원에."

 소년에게는 그런 시간조차 사치에 불과했다. 최고가 되어야만 해. 뒤에서 저를 바라보는 집사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나가라는 뜻이었다. 두꺼운 책은 한숨이 나올 정도였지만 소년은 익숙하다는 듯, 책갈피를 꽂아놓은 곳부터 펼쳐 다시 읽기 시작했다. 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작은 소리,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던 소년은 창가를 바라보았다.

"..."

 창가를 두드리는 작은 손. 손? 소년의 방은 2층이었다. 창가에 다가가지 못한 채 바짝 굳어있으니 다시금 창가를 두드려 온다. 슬금슬금 다가가 창문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니 제 손을 잡는 것 마냥 제 손이 있는 곳에 손을 대는 모습에 조금 웃음이 나왔다. 별로 귀신 같지도 않고. 창문을 여니 그것이 창문에 팔을 탁- 걸쳤다.

"안녕하세요."
"너는 뭐지?"
"'뭐'요?"
"아무리 봐도 나랑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데 사람이 2층 건물을 그렇게 넘어다닐 순 없어. 설령 어른이라도 말이지."

 소년이 그렇게 말하며 창 밖을 가리켰다. 새카만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이답지 않은 말을 하시는군요."
"그러는 너는 아이가 아닌 것 마냥 말을 하네."
"전 131살입니다! 성인이 된지도 31년이나 지났다구요."

 그 것은 저를 눈의 요정이라고 했다. 잭 프로스트라도 되냐, 소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그 요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제법 눈과 잘 어울렸다. 소담스러운 눈처럼 하얀 피부에 저와 정 반대의 푸른 하늘 같은 머리칼은, 정말 겨울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봄이잖아."

 소년의 말에 요정-으로 추정되는 것-이 움찔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 소년의 말에 요정-인척 하는 것-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죄송한데 하나만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의자에 앉으려던 소년이 가만히 요정-이라는 것-을 바라보았다.

"꽃을 찾고 있습니다."

 아주 작고, 하얀 꽃인데요. 그가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듯 이리 저리 손을 움직이는 모습이 제법 애처로웠다. 내가 널 도왔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뭐지? 소년의 말에 그가 눈을 굴렸다.

"제가 찾은 꽃을 드릴게요."
"그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는건가?"
"분명히."

 그의 말에 소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의 끄덕임에 그가 환하게 웃었다. 이제 꽃을 찾을 시간이었다.

"그 꽃이 여기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온거라고?"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정원에 그런 꽃은 없어."

 소년의 말대로였다. 소년의 정원은 항상 소년의 머리처럼 붉은 빛으로 물들어있었다. 붉은 동백들 위로 보이는 벚꽃들과 그 사이에 서있는 소년은 한 폭의 그림같이 잘 어울렸다.

"하얗고 아주 작은 꽃입니다."
"이름도 몰라?"
"모릅니다."

 도와달라고 해놓고 아주 추상적인 힌트만 준 주제에 당당한 그의 모습이 어이가 없어 소년이 실소를 흘렸다. 제 정원에 무슨 꽃이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겨울에서 봄에는 동백이 여름에는 장미가 펼쳐져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하얀 꽃이 피려면 아마 자연적으로 자라난 기특한 꽃일터였다.

"저기."
"아카시."
"네?"
"아카시 세이쥬로. 번듯이 있는 이름 놔두고 저기, 하고 부르지 마."

 아카시의 말에 그가 작게 웃어보였다. 그럼 제 이름도 지어주세요. 그의 말에 이름도 없냐며 아카시가 혀를 찼다.

"없는게 아닙니다. 이 곳의 이름이 아니니까요."
"인간의 이름이라도 갖겠다는거야?"
"그런 셈이죠."

 그의 말에 아카시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눈, 언뜻 스치는 이름에 그가 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쿠로코(黒子)."
"그게 제 이름입니까?"
"응."
"무슨 뜻입니까."
"검은 아이."

 전 하얗습니다. 작게 불평하는 그에게 아카시는 소리없이 웃었다. 눈은 짓밟으면 까매지잖아. 금방 더러워진다고. 아카시의 말에 쿠로코는 당신 성격 나쁘단 소리 많이 듣죠? 하며 투덜거렸다.

"그래도 마음에 듭니다."
"뭐가?"
"처음 만난 인간에게 받은 이름, 절 생각해서 만들어 준 이름이니까요."

 웃어보이는 쿠로코는 정말 기뻐보였다. 아카시는 괜시리 고개를 돌렸다. 어? 붉은 빛 사이로 작게 눈에 띄는 것이 보였다. 꽃들을 헤치고 간 곳엔 작게 피어나있는 스노우드롭이 있었다.

"이런게 있을 줄은 몰랐는데."
"저도 신기하네요."

 쿠로코가 스노우드롭에 손을 얹었다. 봉우리가 맺혀있던 스노우드롭이 그의 손 안에서 활짝 피어났다. 와- 아카시의 작은 탄성에 쿠로코가 쿡쿡 웃었다.

"먼 옛날 눈은 투명해 자신이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매우 슬퍼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색들을 가지고 있는 꽃들에게 색을 나누어달라고 부탁했지만 단 하나의 꽃만이 눈에게 색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눈은 그에 대한 답례로 그 꽃을 가장 빨리 피울 수 있게 도와주었다고 해요."
"독일에서 나오는 전설이군."

 아시네요? 쿠로코가 웃으며 살며시 꽃을 건들었다. 공중에서 피어나는 스노우드롭은 가히 장관을 이루었다. 너 요정 맞구나. 아카시의 실 없는 소리에 그걸 이제야 믿냐며 작게 투덜거린 쿠로코가 화관을 만들어 그의 머리에 얹어주었다.

"잘 어울려요."
"...고마워."

 도련님! 멀리서 집사가 저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뭐하신겁니까. 아카시가 대답을 하고자 옆을 바라보았을 땐 작은 스노우드롭의 꽃잎만이 남아있었다.

"그냥, 꽃 구경 했어."
"아까 나가자고 했을땐 싫으시다더니."
"나가는건 싫어."

 방으로 돌아가자. 화관을 머리에 쓴 채 방으로 돌아가는 작은 붉은 도련님은 제법 제 나이다워 보였다. 이른 봄이지만 싸리같은 눈이 흩날렸다. 새하얀, 그런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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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버스 AU

 파란 하늘, 창문 밖에서 들어온 바람에 흩날리는 금빛 머리카락. 밖을 바라보던 그가 제가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저를 바라보았다. 그가 무어라 입을 연 그 순간,

 잠에서 깨버렸습니다.

 어릴 적부터 늘 꿈에 나오던 사람이 있었다.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오직 그의 눈과 머리뿐이었지만 꿈에 나오던 사람이 늘 동일인물이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꿈에서 그와 하던 대화는 모조리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굉장히 따스한 느낌이라는 것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테츠, 그만 좀 자."
"별로 안잤습니다만."

 그러냐, 머리를 흐트러트리는 아오미네 덕택에 이리저리로 뻗친 머리카락을 정리하기 위해 꾹 누르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림과 동시에 누군가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순간 여사원들의 꺄아- 하는 탄성이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왔다. 여사원들보다 머리가 두개는 더 큰 신장의 그가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익숙한 사람. 그러나 제 기억의 그는,

"아, 고맙슴다. 이것도요? 굉장하네요."

 저렇게 가벼운 사람이 아니었다.

* * *

 협력회사의 신입사원이라던 그는 종종 우리 회사에 찾아오곤 했다. 가끔은 상사와 어쩔땐 혼자. 단정히 수트를 차려입은 그는 여직원들의 마음을 훔치는데 성공했는지 그가 오는 날은 여직원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사무실을 메우곤 했다. 오늘 역시 그런 날이었다. 그러나 최근 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덕택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쿠로코에겐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아오미네가 넘겨준 파일을 받아 확인작업을 마친 뒤 팀장실에 결재를 받으러 가는 발걸음은 무척이나 무거웠다.

"저기!"

 순간 제 팔을 붙잡는 누군가로 인해 중심을 잃고 말았다. 떨어뜨린 서류철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빈 복도를 울렸다. 제 팔을 잡은 손을 따라 올라가니 예의 신입사원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입니까?"
"우리 구면이죠?"

 그렇죠? 어쩐지 저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비장하기 이를데 없었다. 누구세요? 목 끝까지 차오르는 물음을 억누른 쿠로코가 글쎄요- 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쿠로코의 말에 당황하며 손을 놓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비를 맞은 강아지의 모습 같았다.

"죄송함다......."
"아니에요."

 고개를 푹 숙인 그가 신경쓰였지만 지금은 결재 먼저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회사 때려치고 싶다. 팀장실을 나오며 그 남자에 대한 생각은 지워진지 오래였다. 품 안의 사직서를 언제 내야 좋을지 고민하며 그렇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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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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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B 2015. 9. 22. 22:25


*쿠로바스 완결/졸업 합작
졸업하는 3학년들 모두 유급해(짝



벚꽃이 만개한 봄, 일본의 모든 학교들이 졸업생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카나가와의 카이조 고등학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스포츠강호교답게 각을 맞추어 줄을 선 무리들은 손님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선배들은 어딨슴까?" "...코보리 선배랑 모리야마 선배는 저기. 카사마츠 선배는 저쪽 맨 아," "카사마츠 선배!" "시끄러!" 농구부 역시 각자 모여 선배들을 찾기 급급했다. 키세가 선배들의 위치를 물어보자 나카무라는 친절히 손으로 자리를 가리켰다. 키세가 카사마츠 쪽으로 향하니 여학생들이 그 쪽으로 다가간 것은 당연지사, 카사마츠는 당황하며 키세를 보내지도 못한채 굳고 말았다. 선배, 그 여자공포증은 대체 언제 고쳐지는검까? 대학 가면 힘들다구요. 굳어있다고 해서 키세의 말을 못들은 것은 아니었다. 키세의 말에 깨어나기라도 하듯 발로 그를 걷어찬 카사마츠는 옆에 계신 선생님께 주의를 받아야만 했다. "카사마츠, 조심해." "사약 받으러 가냐?" "그치만..!" 어느샌가 제 뒤에 자리잡은 두 사람에 카사마츠는 남몰래 숨을 돌렸다. 그런 그를 아는 코보리와 모리야마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전국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팀을 이끈 카사마츠는 특별 표창상을 받기 위해 자리에 서있었다. 분명 자신은 그런 상을 받기엔 한참 모자라다 한사코 거절했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 전국엔 우수한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기적의 세대인 키세가 있어도 그들은 더욱 성장해버린 세이린을 이길 수 없었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진 것은 저의 탓일것이다, 그리 생각했다. "이상한 생각 하지마, 멍청아." "이번만큼은 모리야마한테 찬성." "코보리는 나한테만 차가워, 흑." "징그러워." 뒷자리에서 투닥거리는 친구들의 목소리는 도저히 상념에 빠져들 수 없게 만들었다. 후배들 앞에선 한없이 진중한 선배들이었지만 저들끼리 있을땐 그저 동갑내기 남자아이들일 뿐이었다. 조용히 해. 옆에서 눈치를 주는 선생님에 세 사람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다음으로, 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이끈 학생들에게 주는 특별 표창상입니다." 학생주임 선생님의 말에 수상자들이 속해있는 부에서 수상자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수많은 이름들이 뒤섞인 가운데 카사마츠 유키오! 하는 목소리들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시끄러워! 단상 위로 올라가면서 쉿-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하니 오히려 멋있어요! 하는 부원들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은 더럽게 안들어요. 잔뜩 짜증이 난 카사마츠지만 얼굴엔 작은 미소가 피어있었다. "농구부 카사마츠 유키오." 단정히 쓰인 4글자의 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학생들에게 다시 꾸벅 인사를 했다. 고개를 들어야하는데 들 수 없었다. "울지마." 전부 마찬가지였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우승은 하지 못했다. 주장이라는 책임감이 그둘을 짓눌렀다. 은퇴를 했어도 그것은 여전했기 때문에 체육관을 떠날 수 없었다. 선배 움까? 단상에서 어떻게 내려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앞에 서있는 키세는 요란하게 제 얼굴을 살피며 저를 붙잡았다. "안울어, 멍청아." "눈 빨간데요." "먼지 들어간건데." "비밀로 해드릴게요." 시끄러, 발로 키세를 툭 쳤다. 마지막까지 사랑의 매임까? 툴툴거리는 키세를 대동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로 돌아오니 잘했다며 슥슥 머리를 매만지는 친구들의 손을 뿌리쳤다. 장난을 치며 산만하게 구는 동안 졸업식은 끝이 나고 있었다. 으레 그렇듯 졸업식이 끝나고 교실에서 졸업장과 졸업앨범을 받았다. 부모님에게 꽃다발을 받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동안 카사마츠 역시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꽃다발을 받았다. 사내자식들이 사진을 찍자며 징그럽게 엉겨붙었지만 썩 나쁜 기분은 아닌지라 부모님과 몇 번, 동생들과 몇 번 사진을 찍었다. 맛있는거 먹고 오라며 부모님한테 용돈까지 받았다. 같이 사진을 찍자며 붙어오는 여자애들과도 (굳어서) 사진을 찍고 한숨을 돌릴 때 즈음 등 뒤에서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있었다. "저랑은 안찍슴까?" "팔면 돈 되냐?" "넘햇!" "찍자, 찍어." 제 말에 키세가 신난 듯이 옆에 있는 여학생에게 제 핸드폰을 넘겼다. 어깨동무를 해오는 키세의 손을 때리니 울상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손을 내리는 녀석이었다. 선배, 오늘 감독님이 맛있는거 사준다고 끝나면 연락하랬슴다. "근데 그걸 왜 귓가에 대고 말해." "여자들은 이러면 좋아하던데요." "내가 여자냐?" "선배는 선배임다!" 제 농구바보 후배는 말의 요점을 전혀 짚지 못한다. 짜증스레 키세의 얼굴을 밀치니 싱글싱글 웃으며 뒤로 물러날 따름이었다. 카사마츠, 가자! 문 밖에서 모리야마가 소리쳤다. 얼른 가요, 선배. 제 손을 잡고 이끄는 후배의 어깨가 어쩐지 듬직해보였다. 3학년들이 정문 앞에서 모이자 후배들도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타케우치 감독은 흔쾌히 쏘겠다며 카사마츠에게 카드를 주었다. 적당히 먹어라, 라는 말도 잊지 않은채. 식당 한켠을 빌려 서로의 졸업을 축하했다. 모리야마가 꽃다발을 들고 설치며 셀카를 찍어도 카사마츠는 흔쾌히 웃어넘겼다. 다 같이 사진 찍어요! 키세의 말에 하야카와가 동의하니 식당 구석에 부원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카사마츠는 여기지." "선배, 얼른 오십셔!" "얼른 앉(으)세요!" 식당 주인분께 핸드폰을 드리고 사진을 부탁드리는 사이 맨 앞자리 한 가운데를 제 자리라며 마련해두었다. 기꺼이 앉아주마. 가운데에 털썩 주저앉으니 옆에서 웃어, 웃어! 하는 모리야마였다. 입꼬리를 끌어올려 한껏 미소를 지었다. "졸업 축하해!" "축하드립니다!" "선배, 가지 마세요!" "맞아요!" 우리의 학창시절은 끝이 났지만 새로운 청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 찍어!" "카사마츠 선배 잡아!" "하지마! 죽을래?" "하나도 안무섭슴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끝이 났다고 슬퍼할 겨를은 없다. 아직 우리에게 달려야할 길은 많이 남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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