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키 선배는."
"응?"
"왜 저랑 사귐까?"

 그 말에 그는 어떻게 대답을 했더라. 아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그렇게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서히 멀어져갔다.

-2번 미유키 카즈야 선수! 유격수 앞 안타-!

가끔 TV에 나오는 그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 있는 과거의 모습에서 조금, 아주 조금 변한 그 모습으로. 여름 햇살을 받으며 그렇게 당당히 서있었다.

"마셔도 되는거냐, 이거?"
"싫으면 먹지 말던가!"
"이야이야, 카네마루군이 사와무라군을 위해 만든거라니 이 사와무라 에이준 원샷을 해보겠습니다!"
"취했네."
"너한텐 듣고 싶지 않거든!"

 후루야군, 그만 마셔. 하루이치에게 잔을 빼앗긴 후루야가 우울한 눈으로 잔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마시진 않네. 하루이치의 말에 후루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가 파하고 인사불성이 된 사와무라를 토죠가 후루야에게 업혀주었다.

"조심해."
"응.."

 무거워- 후루야가 중얼거렸다. 그럼에도 후루야의 팔은 단단히 사와무라를 고정시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와무라와 자취를 한 지도 1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여전히 그 사람을 보면 모두를 모아서 술을 잔뜩 마시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 터였다.

"짜증나."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면서도 가장 얄미운 사람. 미유키 카즈야에 대한 후루야 사토루의 정의였다.

"후루야."
"왜."
"목말라."
"이따 마셔."

 지금! 지금이 아니면 안 돼! 등 위에서 다리를 흔들거리며 날뛰는 사와무라 때문에 후루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역시 짜증나.

"오늘 늦어?"
"응."

 왜? 되물어오는 후루야에 사와무라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멍을 때리고 있는 사와무라에 후루야가 고개를 갸웃하곤 신발 앞코를 툭툭 쳤다. 잘 가. 제가 문을 열고 한 박자 늦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후루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루야가 없는 집은 조용했다. 대학으로 진학한 저와 다르게 프로로 입단한 후루야는 항상 바빴다. 어제도 후루야가 자신을 업고 갔다는 하루이치의 메신저에 사와무라가 고뇌에 빠져들었다. 카니타마라도 만들어야하나. 조용한 집 안 사와무라가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후루야가 집에 돌아왔을 때 사와무라는 식탁에서 자고 있었다. 적막감 가득한 집은 사와무라랑 어울리지 않아. 후루야가 사와무라의 어깨를 흔들었다.

"...-"
"사와무라."
"후, 루야?"
"들어가서 자."
"왜 화를 내고 그래!"

 -미유키. 사와무라가 무심코 중얼거렸던 그 이름이 조금 불쾌했다.

'◇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사와] Unromantic Battery  (0) 2016.05.01
[료사와] 선물  (0) 201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