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버스 AU

 파란 하늘, 창문 밖에서 들어온 바람에 흩날리는 금빛 머리카락. 밖을 바라보던 그가 제가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저를 바라보았다. 그가 무어라 입을 연 그 순간,

 잠에서 깨버렸습니다.

 어릴 적부터 늘 꿈에 나오던 사람이 있었다.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오직 그의 눈과 머리뿐이었지만 꿈에 나오던 사람이 늘 동일인물이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꿈에서 그와 하던 대화는 모조리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굉장히 따스한 느낌이라는 것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테츠, 그만 좀 자."
"별로 안잤습니다만."

 그러냐, 머리를 흐트러트리는 아오미네 덕택에 이리저리로 뻗친 머리카락을 정리하기 위해 꾹 누르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림과 동시에 누군가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순간 여사원들의 꺄아- 하는 탄성이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왔다. 여사원들보다 머리가 두개는 더 큰 신장의 그가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익숙한 사람. 그러나 제 기억의 그는,

"아, 고맙슴다. 이것도요? 굉장하네요."

 저렇게 가벼운 사람이 아니었다.

* * *

 협력회사의 신입사원이라던 그는 종종 우리 회사에 찾아오곤 했다. 가끔은 상사와 어쩔땐 혼자. 단정히 수트를 차려입은 그는 여직원들의 마음을 훔치는데 성공했는지 그가 오는 날은 여직원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사무실을 메우곤 했다. 오늘 역시 그런 날이었다. 그러나 최근 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덕택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쿠로코에겐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아오미네가 넘겨준 파일을 받아 확인작업을 마친 뒤 팀장실에 결재를 받으러 가는 발걸음은 무척이나 무거웠다.

"저기!"

 순간 제 팔을 붙잡는 누군가로 인해 중심을 잃고 말았다. 떨어뜨린 서류철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빈 복도를 울렸다. 제 팔을 잡은 손을 따라 올라가니 예의 신입사원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입니까?"
"우리 구면이죠?"

 그렇죠? 어쩐지 저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비장하기 이를데 없었다. 누구세요? 목 끝까지 차오르는 물음을 억누른 쿠로코가 글쎄요- 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쿠로코의 말에 당황하며 손을 놓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비를 맞은 강아지의 모습 같았다.

"죄송함다......."
"아니에요."

 고개를 푹 숙인 그가 신경쓰였지만 지금은 결재 먼저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회사 때려치고 싶다. 팀장실을 나오며 그 남자에 대한 생각은 지워진지 오래였다. 품 안의 사직서를 언제 내야 좋을지 고민하며 그렇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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