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B 2016. 4. 16. 00:36

"저 아이는 누구지?"

"어제 새로 들어온 신입입니다."

"난 저 애가 좋아."

"도련님, 아직 교육도 안 된 아이이고."

"쟤로 할래."


 등잔의 불조차 들어오지 않는 지하, 잔뜩 빼어입은 어린 도련님을 따라 작은 아이가 걸음을 옮겼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소년과 달리 아이는 온 몸에 성한 곳 하나 없이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발 끝에 채이는 돌을 조심히 피하다 멈추어있는 소년을 미처 보지 못한 아이는 결국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괜찮아?"

"신경 꺼."

"어떻게 그래."


 일어날 수 있겠어? 저를 잡는 소년의 팔을 내친 아이가 내 몸에 손대지 마- 하고 작게 중얼거리곤 제 스스로 벌떡 일어나 앞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소년은 제가 사온 노예와의 생활이 제법 평탄치 않을 것이란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돗자리라도 깔아야하나. 소년은 중얼거렸다. 예상대로 아이는 꽤나 성격이 매우 거친 편이었다. 집에 있는 또 다른 노예들과 싸우고 와선 거만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본다던지 불이 켜져있는 주방에 가보니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음식을 몰래 꺼내먹는다던지 다른 노예들과는 다른 독특한 구석이 있는 아이였다.


"여기선 그렇게 행동하면 안 돼."

"왜?"

"모두가 그렇게 행동하니까."


 아이는 그저 소년을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 후 아이를 만났을 때엔 다른 아이와 똑같이 웃으며 똑같이 저에게 존댓말을 했다. 어쩐지 조금 아쉬웠다.


 저택에 불길이 타올랐다. 얼마 전 패전하여 잡혀온 포로들의 짓이라고 했다. 도련님인지라 누구보다 먼저 빠져나온 소년이 아이를 찾았다. 아이의 검은 머리칼 하나 보이지 않았다.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도련님!"


 뒤에서 저를 만류하는 사람들을 뿌리친 채 저택으로 뛰어들어갔다. 아이를 발견한 것은 바로 제 방 앞이었다. 저를 보자마자 달려와 멱살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안도감과 함께 웃음이 밀려왔다.


"지금 죽게 생겼는데 웃음이 나와?"

"그래도 혼자가 아니잖아."


 입구가 막혀 나갈 수 없었다. 점점 뜨거워지는 불길에 아이를 꼭 껴안았다. 밖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롯이 들리는 것은 불꽃이 타닥이는 소리와 아이가 울먹이는 소리였다.


"혼자면 무섭잖아."

"시끄러워."

"다행이야."

"이걸로 2번째야."


 뭐가? 소년의 말에 아이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다음에는 내가 꼭 지켜줄게. 



"류!"

"히무로?"

"정신 놓고 있지 마."

"알았다해."


 튀어오른 배구공을 툭 친 히무로가 류를 잡아당겼다. 예전엔 똑부러지는 것 같더니, 히무로가 고개를 절레 저었다. 히무로? 저를 내려다 보는 그에게 손가락 두 개를 펴보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류에 히무로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2번 남았어."


 이번건 카운트 안할게. 히무로의 말에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의 류가 가만히 서있었다. 아츠시, 간식 그만 먹어. 무라사키바라를 따라가는 히무로를 천천히 뒤쫓았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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