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심사를 받고 난 뒤 쿠로코의 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뒤바뀌었다. 센터의 입구 쪽에 위치해있는 D급 숙소에서 센터의 안쪽에 위치해있는 S등급의 숙소로 옮겨졌으며 모래바람만이 날리던 훈련장은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실내 훈련장으로 바뀌었다. 모든 것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테츠! 훈련하러 가는 거면 같이 가자.”
“저 사격 훈련하러 가는건데요.”
“응? 그건 별로 상관없잖아. 몸이 움직이고 싶다고 난리라고.”
“그렇습니까.”
쿠로코가 새로이 속한 팀은 천재들만 모여 있기로 유명한 A팀이었다. 세간에는 기적의 세대라고도 불린다는 모양이었지만 팀원들은 그런 호칭에 내색조차 않은 채 묵묵히 훈련을 이어가고 있었다.
“쿠로코, 조금 더 팔을 뻗어.”
“네.”
익숙해져있었던 느슨한 훈련시간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커다란 질책이 따라왔다. 목숨이 달려있는 일이니 모두가 위험해지는 것들에 극도로 예민해있었다. 더욱이 가이드 훈련만 받아오다가 지옥같은 센티넬의 체력훈련을 따라가기에 쿠로코의 체력은 한참 모자랐다.
“좀 많이 먹으란거야.”
“무리, 입니다.”
“쿠로코!”
먹고 게워내고, 뛰고 게워내고의 반복이던 쿠로코의 몸이 A팀의 일정에 익숙해져 있을 때엔 시간이 꽤 지나 어엿한 팀의 일원으로서 자리 잡고 있었다. 1년이 지나고 다시 시작되는 봄, A팀은 새로운 가족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키세 료타군?”
“아, 네.”
“A팀 전담 가이드 모모이 사츠키입니다. 오늘부터 A팀 훈련에 합류해주세요.”
“아, 네.”
A팀의 훈련장은 센터의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훈련장으로 가는 길은 제법 멀었지만 키세의 걸음으로는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모이의 걸음 폭에 맞추어 걸음을 옮기다 보니 제법 시간이 지나 있었다. 모모이가 문을 벌컥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훈련장의 사람들은 각자의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테츠군, 어디 있어?”
“테츠군?”
“키세군의 교육 담당이야. 키세군은 아직 능력 발현이 된지 얼마 안됐으니까. 테츠군은 가이드거든.”
“몇 급?”
“D급입니다.”
키세는 소리가 나는 곳을 둘러보았다. 이내 앞에 보이는 하늘색 머리칼의 소년에 히익, 하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쳤다. 쿠로코 테츠야입니다. 인사를 하며 손을 내미는 쿠로코에 키세가 망설이다 이내 쿠로코의 손을 맞잡았다.
“기운은 적당히 가져가주세요. 곧 훈련 시작하니까.”
“아, 죄송함다.”
잠깐의 훈련 후 고갈된 기운은 그새의 공허함을 참지 못하고 고작 D급 가이드의 기운을 잔뜩 흡수했다. D급 주제에, 키세의 머릿속에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S급인 저는 커녕 B급의 센티넬조차 제대로 가이딩을 못하는 가이드라고? 키세가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는 사이 어느 덧 키세의 실력을 테스트할 겸 미니게임이 시작되었다. 능력은 쓰지 않고 오로지 신체능력만 사용할 것, 기본적인 체력테스트였다. 방탄복을 입고 페인트총을 받아든 키세가 훈련장을 둘러보았다.
“쿠로코 테츠야 아웃.”
“아.”
모두가 숨어있는 황량한 훈련장 안에서 미처 숨지 못한 쿠로코가 상대편의 파란 페인트를 맞은 채 서있었다. 키세는 갈수록 그가 A팀이라는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체력도 수준 이하, 사격도 수준 이하, 거기에 D급의 가이드. 키세의 이해선상에서 쿠로코가 이 팀과 부합할 수 있는 조건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째서 D급 가이드가 이 팀에 있는검까?”
“D급? 누가?”
“쿠로코군이요.”
“사츠키가 그래?”
키세의 말을 듣던 아오미네가 픽 웃어보였다. D급 가이드- 라고만 하기에 테츠는 조금 대단하지. 체력고갈로 뻗어있는 쿠로코를 바라본 키세가 아오미네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저게? 어디가?
'KnB'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엽궁] 낙엽 (0) | 2016.04.24 |
---|---|
[류빙] 아날로그 (0) | 2016.04.16 |
[적흑] 꽃놀이 (0) | 2016.04.12 |
[황흑] 사람을 찾습니다 (0) | 2016.03.06 |
[먹흑] Play boy (0) | 2015.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