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지!"
"따라오지마!"
벚꽃이 피는 봄 다시 만난 녀석은 짜증이 날 정도로 여전했다. 학년이 다르니 시간표가 다를 것이 분명한데 녀석은 전공시간마저 제 옆에 따라붙어오는 희안한 녀석이었다. 하야마, 라고 하면 라쿠잔의 예의 없는 무관의 오장? 그에 대한 미야지의 인식은 고작 그 정도였는데 지겹도록 달라붙어오는 하야마는 정의하자면 미운 정. 그게 제일 맞을 것이라고 미야지는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그와 쫓고 쫓아내는 미묘한 술래잡기를 하는 것은 미야지의 하루 일과로 자리잡았다.
"오늘은 어땠어?"
"그냥 그랬는데."
"뭐야, 그게."
제 무릎을 베고 와하하 웃는 녀석의 얼굴을 한 대 칠까, 생각도 했는데 제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냉큼 베개로 얼굴을 가리는 하야마의 모습에 미야지는 기가 찬 웃음을 뱉었다. 좀 나오지 그래. 다리를 달달 떠니 치- 아쉬운 소리를 뱉으며 하야마가 꾸물꾸물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네 집 안가냐, 어? 미야지가 그의 등을 꾹꾹 밟으니 하야마가 갈거야! 라며 잔뜩 신경질을 부렸다.
"예의는 어디에 밥 말아먹었냐, 어?"
"미야지는 폭력배!"
"야!"
씩씩거리며 문을 나서기 직전 잠깐 멈춰있는 하야마의 등을 바라보았다. 쾅- 하고 부셔질듯 문이 닫히고 미야지는 그저 뒷목을 쓸어내릴 뿐이었다. 평소랑 비슷하면서도 다른 하야마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 그 후로 하야마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다. 처음 하루 이틀은 편했다. 옆에서 종알종알 떠드는 녀석도 없고 조용한 것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미야지, 맨날 니 옆에 있던 그 사람 어디 갔어?"
"몰라."
주위 사람들이 물어보는 그의 안부, 얼마나 자신의 일상에 파고들었는지 모든 곳에 하야마가 스며들어있었다. 고개를 들면 그가 누워있던 쇼파, 고개를 돌리면 그가 요리하던 부엌. 모든 것이 그 녀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국 제가 찾아간 그의 집은 텅 비어있었다.
"어디 가?"
"교토."
"뭐?"
그 집이 그 집일 줄 알았겠냐고. 짓씹듯 욕을 내뱉은 미야지가 신칸센에 올라탔다. 당장 역으로 나와. 그의 본가까지는 자신이 알 수 있는 범위 밖이었다. 고등학교 후배 친구인 그의 후배의 힘을 빌리면 충분히 알아차릴 수도 있었지만 이런 꼴 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꼴사나운 모습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창 밖을 바라보는 미야지의 얼굴은 긴장으로 달아올라있었다. 안나오기만 해봐. 파인애플로 쳐버릴거야. 중얼거리던 미야지가 신칸센에서 내려 개찰구를 나설 때, 눈 앞에 그가 서있었다.
"나 찾았어요?"
"시끄러워."
"이런 날이 오긴 하는구나."
숨도 고르지 못한 채 헉헉 거린 하야마가 그를 끌어안았다. 놔라. 그의 말에 오히려 더욱 세게 끌어안아오는 손길에 미야지는 결국 손을 날려 그를 떼어냈다. 아파! 오랜만에 만났는데! 불퉁한 그의 말엔 조금 기쁨이 담겨있었다. 낙엽이 지는 가을 조금 쌀쌀한 그 곳에서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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